기스트암(GIST), 낯선 이름 뒤에 숨겨진 위장관의 경고
2025년 3월 28일 오후 6시. 갑자기 나의 시계는 멈춰섰다. "뭐라구요? 어머니가 의식을 잃었다구요? 두 번이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를 뼈저리게 체험했던 지난 3월. 낯선 상황에 당황스럽고 다급한 나머지 겉옷과 속옷 몇 가지만 챙겨서 부산으로 내려왔다. 밤 11시 반즈음 부산**종합병원 중환자실에 도착했던 나는 그제서야 현재 상황이 실감났다. 어떤 원인 때문에 쓰러지셨는지? 어떤 병일까? 왜 갑자기 하루 두 번이나 의식을 잃고 쓰러지셨는지? 궁금한 것 투성이나 의사들도 원인을 알지 못한듯,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당시엔 응급실 처치를 받기도 어려웠던 종합병원의 상황. 그남아 종합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음에 감지덕지. 아무 것도 알지 못한 채, 담당 의사 선생님이 직접 설명해주길 간절히 기다렸던 하룻밤이었다.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시아버님, 고모와 고모부에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들었다. 점심 즈음, 늘 했던 일과를 보냈던 시부모님은 도서관에서 식사를 하고자 주차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뒷자리에 앉아있던 어머님이 "쿵!"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순식간에 생긴 일이라, 아버님은 급히 뒷자리로 와서 어머니를 일으켜 세우려했으나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태란 걸 알아차렸다. 긴급히 병원 후송을 요청하고자 119를 불렀고, 대학병원은 한 군데도 받아주지 않아 후 순위를 두었던 종합병원으로 오게 되었다고 하였다.
처음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처음 갔던 종합병원에서 의식이 깨자 과거에도 저혈압으로 쓰러진 경험이 있다고 원인을 확인하지 않은 채 집으로 돌아섰다. 그런데, 문제는 몇 시간 후에 또 발생하였다. 이번에는 화장실이었다. 화장실에 볼 일을 보기 위해 들어갔다가 의자에서 힘을 잃었고, 다시 순식간에 바닥으로 쓰러지셨다.
그동안 의료계의 파업이나 불안정한 상황이 남 일로만 여겼다. 이런 상황이 나의 일상으로 부딪히니 그제서야 깨달아졌다. 병원에서 난생 처음 경험해 본 중환자 가족으로서 겪는 낯선 현실. 중환자실 병원 상황은 전쟁터와 같았다. 중환자실은 면회 가능한 시간과 요일이 정해져있어서, 4시간을 달려왔어도 잠시의 시간을 주지 못했다. 겨우겨우 사정하여 얻어진 면회시간, 나는 중환자실에서 산소 호흡기를 끼고 누워계시는 시어머님과 마주하게 되었다. 밤 12시. 순간 어머니 얼굴을 뵙자 참았던 눈물이 왈칵 흘렀다.
원인도 모른 채 개복 수술을 한다고?
상황은 심각했다. 복부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출혈이 발생되어 복부에 찼다고 했다. 일단 피가 멈춰야 수술도 가능하다고 했다.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서 중요한 질문도 떠오르질 않았고, 가족들은 함께 머리를 모아 가끔 만나게 되는 주치의께 물어볼 질문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된 질문은 아주 중요했다. 시간은 항상 제한되어 있고, 담당 선생님을 만나서 상담할 기회가 희박한 중환자실의 상황에서는 준비된 질문을 해야만 다음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날 새벽에 어머님을 그대로 두면 안될 것 같아서 수술을 하려면 대학병원급으로 전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마음은 가족들 모두가 동일했다. 새벽에 모일 수 있는 가족들과 함께 의논한 결론을 모아, 새벽 회진 시간 때 '전원'을 신청하기로 하였다(전원에 관하여는 다음의 이야기로 이어갈게요) 그리고 아침에 개복 수술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복부CT를 통해 큰 종양을 발견했다는 것. 이 종양은 위와 간 사이에 15센치 정도가 되는 아주 큰 종양인데, 간단히 떼면 되는 결로 보인다고 하였다. 암으로 보이는 종양인데다가 크기도 큰 상황이라 대학원병원으로 강력히 전원을 요청했고, 정말! 우여곡절 끝에 오전 12시를 넘어서 전원이 허락되었다. 중환자실에 있는 고령의 응급 환자를 4시간 거리에 있는 병원으로 이동하는 건, 요즘 같은 시기엔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그리고 수원 아주대학교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후, 초진에서 기스트암으로 보인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기스트암(GIST)’이라는 생소한 이름. 그러나 가족 중 한 사람이 이 병을 앓게 되면, 그 이름은 단숨에 가장 큰 단어가 되었다. 그래서 검색하며 알아보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저처럼 가족이 투병 중인 분들에게는 정확한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했다. 의료 복지에 대한 이해와 나아갈 방향도 나름은 환우 가족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겠다 싶어 첫 글을 쓰게 되었다. 이제 시어머니는 수술을 마쳤고, 항암 약을 드시고 계신다. 다음 주면 2달이 되는 셈이다. 앞으로 헤쳐가야 할 일들을 생각하며 함께하는 분들에게도 힘이되는 정보도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라며, 이 병에 대해 제대로 알고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아래 정보는 '기스트암'에 관하여 서울아산병원, 국가건강정보포털, 대한소화기학회 등의 의학 자료를 참고해 정리한 글이다. 기스트암(Gastrointestinal Stromal Tumor, GIST )는 드문 암으로, 암 중에서도 관리 가능성이 높은 질병에 속한다. 기스트암은 희귀하지만, 조기에 발견되고 관리된다면 충분히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질환이다.
♡ 제가 정리한 이 정보가 누군가에게 두려움을 줄이고, 일상을 준비하는 용기를 주는 자료가 되길 바랍니다.
기스트암(GIST) 이라구요? 기스트가 뭐예요?
● 기스트암(GIST)이란?
기스트암(Gastrointestinal Stromal Tumor, GIST)은 **위장관 벽의 근육층에 있는 '카할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생기는 희귀 종양입니다. 주로 위(약 50%)와 소장(25%), 그 외 대장, 식도, 직장 등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체 위장관 종양의 1~3%를 차지합니다. '위장관 기질종양'이라고도 부릅니다.
대부분 종양의 경계가 뚜렷하고, 점막하층 또는 근육층에 위치하며, 크기와 분열 속도에 따라 양성~악성까지 다양한 양상을 보입니다.
● 주요 증상은?
초기에는 거의 증상이 없지만, 종양이 자라면서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 복통, 복부에 덩어리 만져짐
- 혈변, 토혈, 변비
- 구토, 피로, 빈혈, 야간 발열
- 장폐색, 천공 시 복막염
일반적인 위염이나 위궤양과 증상이 비슷하여, 정확한 진단이 중요합니다.
● 어떻게 진단하나요?
- 내시경 + 초음파 검사로 위장관 구조 및 종양 위치 확인
- 조직검사 및 CT를 통해 종양의 크기, 침윤 여부, 전이 상태 파악
- 특히, **내시경 초음파(EUS)**는 종양이 점막층인지 점막하층인지 정밀하게 보여줍니다.
● 치료 방법은?
① 수술적 절제
종양이 전이되지 않았다면, 복강경 쐐기절제술로 종양과 주변 조직을 제거합니다. 림프절 전이는 드물기 때문에, 비교적 보존적인 절제가 가능합니다.
② 약물 치료(표적 치료제)
수술이 어렵거나 전이된 경우엔 **이매티닙(글리벡)**을 복용합니다. 이는 c-KIT 유전자 돌연변이에 반응해 종양의 성장을 억제합니다.
- 복용 시 종양의 크기를 50~60% 줄일 수 있으며, 수술 전 사용하여 수술 범위를 줄이기도 합니다.
- 단, 장기 복용 시 부작용(구역질, 발진, 부종 등)과 종양 재성장 가능성에 유의해야 합니다.
● 예후와 관리
- 위에서 생긴 GIST는 예후가 비교적 양호하며, 전이가 없는 경우 수술만으로도 생존율이 높습니다.
- 소장·대장에서 발생한 GIST는 악성도가 높아, 재발률이 더 큽니다.
- 전체 환자의 약 85%는 완전 절제가 가능하며, **5년 생존율은 50~65%**로 보고됩니다.
● 일상 관리 팁
- 맵고 짠 음식, 훈제·태운 음식 등 발암 위험 식품은 피하기
- 단백질과 신선한 채소, 과일 위주의 균형잡힌 식사
- 흡연과 음주는 금지
- 정기적인 내시경·CT 검진은 필수입니다
📚 참고문헌 및 출처
- 서울아산병원 의학정보센터: https://amc.seoul.kr
-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GIST 질환 페이지)
- 대한소화기학회 소화기질환백과
- 대한종양내과학회 가이드라인
- NCCN Clinical Practice Guidelines in Oncology – GIST